<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 전혜연(산지니)
마크로비오틱은 일본의 사쿠라자와 유키카즈가 제창한 생활법으로 식재료를 통째로 쓰고, 제철 재료를 활용하며,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곡물 채식을 권장한다. 비건과 달리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정해진 지침 없이, 개인의 체질과 컨디션에 부합하는 ‘건강한 삶’을 지향한다. 저자는 육식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공장식 축산업이 자신이 생각하는 조화로운 삶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해 비건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그가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기 위해 찾았던 일본의 ‘쿠킹 스쿨 리마’가 식물성 재료만 사용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 책은 그가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며, 실천하며 느낀 삶의 변화를 기록해놓은 장이다. 계절에 따라 등장하는 제철재료의 향연은 글만으로도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아삭한 채소를 가득 넣은 국수와 포슬포슬하게 찐 감자가 맛있는 여름부터 배추의 단맛이 올라오는 가을을 지나 무가 청량한 즙을 뿜어내는 겨울까지. 식물성 재료로 채운 한 상을 제때 즐기자면 사계절도 금방이다.
<월간 비건>
2011년 2월에 창간된 월간 <비건>의 제호 ‘Has it begun: Vegan’은 시작하다라는 뜻의 ‘Begin’과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Vegan’을 합쳐 ‘채식의 시작이 곧 착한 지구인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월간으로 발행되는 덕에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달에 제일 맛있을 재료를 활용한 비건 레시피, 알아두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비건 마켓 등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기사로 가득하다. 에세이와 칼럼은 최전선의 비건 트렌드를 포함한 채식 문화 전반을 다루는 동시에 생명권, 착한 소비로까지 확장된 목소리를 들려준다. 비건은 식문화를 넘어선 삶의 가치관이기에 월간 <비건> 역시 채식 잡지를 넘어서 다양한 모습의 비건라이프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수익금 일부가 유기동물 보호 후원금으로 쓰이니 정기구독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아무튼, 비건> | 김한민(위고)
‘아무튼’ 시리즈의 17번째 책으로 그림 작가이자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인 김한민 작가의 에세이다. 짧은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고, 짧은 책이기에 더없이 명쾌하다. 작가는 비건이 된 계기와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담백하게 전한다. ‘어느 날 무언가를 보았고, 알게 되었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변화를 시도했다. 시도의 결과는 좋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았고, 이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이게 다다.’ 간결함 속의 단호함은 비건을 알지 못하던 사람조차 사로잡는 힘을 가졌다. 저자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객관성과 날카로움으로 무장한 근거를 들며 써 내려간다. 특히 한국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두드러져 다른 해외 작가의 비건 책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른 현실감이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비건에 대한 편견에 대한 작가의 대답, 비건이 될 때 혹은 비건을 권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비건은 거부가 아닌 연결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묻는다.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 | 황주영, 안백린(들녘)
해방촌의 사찰음식전문점 ‘소식’의 비건 셰프 안백린과 페미니스트 철학자 황주영의 글을 함께 엮었다. 셰프와 철학자의 만남으로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논의의 식탁은 더욱 풍요롭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 동물권 논의에 대한 다양한 관점, 비건 셰프로서 요리를 전하는 것,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제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 다룬다. 뾰족한 철학자의 말로 인간중심주의의 모순을 꼬집으며 동시에 이를 젠더, 에코페미니즘과도 연결시킨다. 다양한 층위에서의 논의는 3부에서 육식 마케팅과 패션사업, 축산업 노동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2부를 채운 안백린은 ‘비건 셰프 활동가’로 요리를 통해 비건음식과 동물권을 전파하는 것에 집중한다. 여전히 진행 중인 고초들과 고민들, 그럼에도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 마르탱 파주(황소걸음)
그동안 여러 권의 동화와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의 비거니즘 에세이로 흡입력 있는 구성과 따뜻한 시선이 특징이다. 하지만 마냥 친숙한 일상의 조각들만 모은 것은 아니다. 비거니즘의 정의와 역사, 영양학적 문제와 논쟁에 마주하는 대처법 등 이론과 실제를 골고루 버무렸다. 여타 비거니즘 에세이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어린아이의 채식에 대한 글도 있다. 저자는 아버지로서 자신의 아이에게 어떤 식단을 권해야 할지, 어떠한 교육을 해야 할지 진중하게, 누구보다 진심으로 고려한다. 그 진정성이 전해진다면 누구라도 비거니즘이라는 ‘지적 혁명’에 동참하게 되지 않을까.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공감하고, 교감한다면 그동안 놓쳤던 수많은 관계를 새롭게, 창의적으로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 한끼, 비건 집밥> | 이윤서(테이스트북스)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은 여러 가지로 고되다. 일차적으로 부딪히는 현실의 벽은 먹을 것이 너무 없는 외식 시장이다. 직접 해 먹는다고 해도 이내 메뉴의 한계에 다다라 거기서 거기인 음식만 반복해 먹는가 하면 주야장천 샐러드만 먹다가 좌절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을 위해 비건으로 차릴 수 있는 집밥 레시피를 모았다. 자가면역 피부질환을 치유하고자 10년 전부터 채식을 해온 저자는 비건이라는 생활 방식과 비건 요리의 맛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내게 되었다. 비건과 요리 모두 낯선 초보자에게는 더없이 상냥한 레시피책이다. 집밥 레시피에 들어서기 앞서 비건의 정의를 알려주는가 하면 비건 재료로 쓰이는 무궁무진한 재료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다. 마요네즈, 버터, 치즈, 케첩 등의 소스를 비건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비건은 기존의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즐거움을 늘려가는 모험이 될 수 있겠다.
<야미요밀 맛있는 비건 베이킹> | 김성미, 최근형(보누스)
작가 역시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위해 직접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과 같이 ‘진짜 건강’한 베이커리를 찾는 이들을 위해 우유, 달걀, 버터, 백밀가루, 백설탕, GMO 식품, 방부제, 식물성 생크림을 뺀 ‘8無’ 베이킹을 원칙으로 하는 비건 베이커리 ‘야미요밀’을 열었다. 책 또한 그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 레시피를 기본빵, 식사빵, 디저트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모든 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차례 페이지에는 빵마다 너트 프리, 글루텐 프리, 오일 프리 등을 표시해놓아 체질에 맞는 메뉴를 찾기 쉽게끔 구성했다. 더불어 앞부분에는 책 속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재료, 베이킹 용어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입문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 | 전보선(푸른숲)
비건이 직접 쓰고 그렸다. 작가 자신을 투영한 책 속 주인공 ‘아멜리’가 비건을 결심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단맛과 짠맛을 오가는 비건의 일상 이야기다. 소소한 일상 속에 비거니즘이라는 신념과 비건식, 동물권에 대한 개념까지 쉽게 녹여냈다. 제법 두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쪽에 세 컷씩, 긴 글로 풀어낸 설명보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에피소드 중심이기에 책장을 산뜻하게 넘길 수 있다. 책의 제목은 트위터에서 비건이 활발하게 공유하는 해시태그인 ‘#나의_비거니즘_일기’에서 따왔으며 주인공 아멜리의 이름은 영화 <아멜리에>에서 착안했다. 결핍된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영화와 같이 비거니즘도 각기 다르게 부족하고 불완전한 비건이 모여 더 단단해질 것이다. 처음부터 완전할 수 없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작가는 그렇게 작은 위로와 인사를 건넨다.